본 논문은 버지니아 울프의 『둥대로』를 당대 신물리학의 영향 하에 집필된 작품으로 봄으로써, 작가인 울프나 작가의 분신 릴리와 같은 ;;개인’의 기록으로 읽혀온 『등대로』의 공동체적 성취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또한 울프가 서구 철학의 이분법적 분리를 극화하는 독특한 방식에 주목하면서, 그러한 분리가 어떻게 서사적으로 해결되는지 탐색한다.1장에서는 동시대 대중 및 지식인층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20세기 물리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에 주목하면서 엑스선 등의 은유를 살펴본다. 그리고 가려진 것을 보는 눈이 본 것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지 말고 회의하도록 유도하는 서술방식이 ;;본다’는 행위를 성찰하게끔 유도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양자세계에서 관찰과 관찰자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것처럼, 릴리나 램지 부인이 타자를 관찰하는 행위는 양자역학의 관찰 행위를 연상시키며, 서구 철학이 ;;시선’을 권력의 문제와 결부시켜 이해했던 맥락에서 탈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2장에서는 구조와 관계의 문제를 다룬다. 울프에게 형식은 감정을 올바로 배열하는 것이며, 특히 주체와 객체의 관계가 주로 인식론적인 문제로 다루어져 왔던 것과 달리 카렌 바라드의 ;;행위적 실재론’을 통해 관계를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읽어내고자 한다. 울프의 소설 형식은 그림에서의 형식과 그 의미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등대로』 논의들은 관계의 문제를 형식의 관점에서 다루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의 독특한 관계들은 분명 형식적 실험의 결과물이며, 특히 울프가 주체 없는 상태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사물(thing)과 사람(man)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방법을 짚어보면서 소설의 형식이 어떻게 감정들의 관계를 통해 구성되는지 살펴본다.3장에서는 종종 ;;전체론’적인 인물로서 램지 부인의 통합성이 높이 평가받는 것과 달리 그녀의 배타성이 지니는 함의를 읽어내고, 총체적인 인물 해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인물의 내재적인 성격이 아닌 인물을 둘러싼 외부적 리얼리티와의 관계속에서 발생하는 특성을 읽어낼 필요가 있음을 탐구한다. 나아가 바라드의 ;;내부작용’ 개념을 길잡이삼아 『등대로』가 그려내는 존재들의 관계를 살펴보고, 릴리가 타인을 재단하는 것을 영원히 유보하도록 함으로써 울프는 끊임없는 재해석의 과정이 고정된 결과보다 중요함을 역설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주체 없음’의 상태를 탐색함으로써 릴리의 성취가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은 공동체적 차원의 성취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였음에 주목한다.이 연구는 단순히 소설 속에 드러나는 과학적 발견을 추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체와 대상의 이분법적인 분리를 지양하는 울프의 사유를 추적하려는 작업이며, 그럼으로써 『등대로』가 동시대 과학 및 철학의 영향을 반영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개인과 사회, 주체와 대상,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탐색한 결과물임을 읽어내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