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현대 산업사회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근로자가 직면하는 재해의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업무상 질병의 경우 근로자가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근로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업무상 질병 소송에서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 여부는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업무상 질병 소송이 대부분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행정소송의 증명책임 분배 기준을 검토하여야 한다. 그런데 행정소송에서는 민사소송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우선 민사소송에서의 증명책임 분배 기준을 살펴본 후 행정소송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증명책임의 분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민사소송의 증명책임 분배 기준으로는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데, 행정소송의 경우에는 법률요건분류설과는 다른 증명책임 분배 기준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증명책임은 사전에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행정소송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르되, 법규의 해석 등에 있어 행정소송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판단할 때 본문-단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의 규정 형식이 문제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체계와 입법과정에서 나타난 입법자의 의사를 고려할 때 위 규정이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분배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근로자의 수급권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라는 점에서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은 근로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 증명은 증거의 편재, 전문적인 지식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현대형 소송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활용되고 있다.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완화하기 위해 개연성이론이나 간접반증이론을 이용한 증명책임 완화가 시도되고 있는데, 개연성이론은 그 개념이 막연하고 피해자 보호에도 불충분한 점 등의 문제가 있어, 현대형 소송에서는 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완화는 간접반증이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판례는 업무상 질병 소송에서는 간접반증이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개연성이론에 따라 증명책임을 완화하고 있다. 그 밖에 해석 또는 입법을 통해 증명책임 전환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으나 증명책임 전환은 예외적으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과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보호범위 등을 고려할 때 증명책임을 완전히 전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역학적 증거를 이용하거나 증명방해 행위가 있는 경우 증명방해법리를 통해 인과관계의 증명을 용이하게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고, 증거의 편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위 방안들은 증명곤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는 불충분하다는 한계가 있다. 사업주의 안전배려의무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나 인과관계의 증명 문제에 있어서는 실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따라서 다른 방안들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면서, 간접반증이론을 이용하여 인과관계 판단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들에 대해 증명책임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근로자 보호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증명책임의 분배를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견해도 있으나, 보험재정 문제나 남소가능성 등의 문제는 증명할 사실을 적절히 분배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증명책임의 적절한 분배를 통하여 재해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보호와 함께 사전에 업무상 질병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접반증이론을 이용한 증명책임 분배의 의의가 있다.